[시사이슈 찬반토론] '내 집 재건축'에도 개발이익 환수, 어떻게 볼까

입력 2024-04-01 10:00   수정 2024-04-01 15:40


재활용하는 용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 생활에 필수 재화인 주택도 그렇다. 예전과 달리 공동주택이 보편화되면서 도시 지역에서는 초고층 주거시설이 늘어난다. 좁은 터에 더 많은 주택 건설이 용이짐에 따라 도심 재개발도 흔한 광경이다. 1970~1980년대 경제성장기에 지은 한국의 저층·중층 아파트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속속 바뀌어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거 단지의 대변신이다. 인기 주거지역에서는 많은 아파트가 재건축을 원한다. 자기 집에 본인 비용으로 재건축하는 것은 소유주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집주인의 선택권이다. 다만 재건축 과정에서 통상 새 집의 용적률(단위면적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의 연면적 비율)이 올라간다. 행정적 혜택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재건축에서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 수억 원씩 환수하는 것은 타당한가.
[찬성] 용적률 확대 등 '행정 혜택' 비용 내야 교통·수도 인프라 확충도 '수익자 부담'
낡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 밀집 지역도 조합을 구성해 재개발 또는 재건축을 한다. 한국에서는 새 집에 대한 열망이 높은 데다 개발이익도 적지 않다. 도심 지역에서 제한된 땅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자기 땅에서 본인 집을 짓는 행위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적 특혜가 주어진다.

무엇보다 재건축 사업주가 늘어나는 용적률을 독차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지(땅)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은 도시계획에 따라 시·도가 정한다. 용적률이 150%인 부지에 300%로 새 집을 지으면 쉽게 계산해 땅 가치가 2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나는 이익은 집주인과 국가가 나눠 갖는 게 합리적이다. 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의 비율인 건폐율도 낮아지면 그만큼 쾌적한 주거 지역이 된다. 이 역시 고층 건물에 대한 행정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공공기여로 부응하라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근의 신도시나 주거 지역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될 때는 도시를 유지하는 각종 인프라 시설도 보강해야 한다. 가령 수도권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 30~40년 된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을 때 가구수가 많이 늘어나면 뒤따라야 할 요소가 많다. 늘어나는 가구(인구)에 맞춰 전기·수도·가스·도로를 확충해야 한다. 이런 인프라의 보강과 확충 건설에는 공공 예산이 투입된다. 이에 대한 집주인의 부담이다. 달리 말하면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적절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는 낡은 아파트에 대한 투기 붐을 잠재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 대도시에서는 낡은 아파트일수록 오히려 더 비싼 기형적인 일이 다반사다. 당장 거주할 집도 아니면서 개발이익을 노리고 일부러 헌집을 사는 일이 잦아지면서 빚는 현상이다. 이런 가수요가 부동산시장 상승기에 오름세를 부채질한다. 투기 근절 차원에서도 과감한 초과이익 환수제는 필요하다.
[반대] '새 집에서 살 선택권' 막는 건 곤란 과도한 환수, 재건축 억제해 집값 불안
재화의 하나인 주택은 기본적으로 개인 재산이다. 한국에서 주택은 특히 사적 소유의 성격이 강해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서민·중산층이 많다. 이들에게 집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아껴’ 평생 절약해 모은 결과의 저축이다. 이들이 자기 집을 자기 돈으로 새로 짓겠다는 데 정부나 서울시가 과도한 부담금을 징수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낡은 주택들은 모두 취득세·보유세 등 세금을 매년 납부해오면서 간직한 재산이다. 초과이익이라고 규정하며 과도하게 환수하는 것은 국가의 강탈 행위다.

개발이익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나치게 계산해서 부담금을 수억 원씩 부과하니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웬만해선 재건축을 하려 들지 않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이 무서워 장기간 새 집으로 변신을 못 하는 녹물 아파트 단지가 서울에 상당히 많다. 요즘은 건축 비용까지 급등해 재개발이 어려운 판에 과도한 개발이익까지 겹쳐 새 아파트 탄생의 큰 걸림돌이 된다. 새 아파트 공급이 막히니 기존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다. 가격 안정의 첫 원칙이 ‘적절한 공급’인데 이익환수 장치가 주택시장에서 신규 물량 공급 자체를 막고 있다.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시작한 제도가 이제는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설적 현상이 빚어진다. 부담금을 없애든지 확 줄여 낡은 집 주인들이 편하게 재개발에 나서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공급이 이뤄지고, 시장이 안정된다.

용적률 특혜라고 하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새 집을 지으면서 도시계획의 범위 내 원래 자기 몫(법정 최고치)을 찾는 것일 뿐이다. 가구 증대에 따른 인프라 확충 비용도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지출이다.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면서 어느 정부가 따로 청구서를 내미나. 재건축 주민들도 평생 세금을 내왔고, 새 집을 완공한 뒤에도 늘어난 보유세와 등록세를 낸다. 새 집을 억지로 막으면 낡고 우중충한 도시에서 못 벗어난다.
√ 생각하기 - 공공기여·재산권 보장 균형으로 공급 유도해야 도시 진화
개발이익 환수는 관행과 제도로 어느 정도 정착됐다. 문제는 환수의 정도, 부담금의 규모다. 법으로 환수 금액의 산정 방식을 정했지만, 수시로 바뀌는 게 문제다. 진보 좌파 정부 때는 환수 비율이 올라갔고, 보수 우파 정부 때는 내려갔다. 부담금을 늘리라는 여론도 있지만, 징벌적 부과는 ‘배아파리즘(시기·질투)’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일부에서 낡은 아파트가 재개발되면서 원주인이 이익을 누린 경우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재건축 용지에서 공원 도서관 부지를 받아내는 용지 공공기여, 임대주택 넣기의 ‘소셜 믹스(social mix)’ 등으로 예전과는 달라졌다. 최근에는 건축비도 급등해 집주인에게 돌아갈 개발이익이 줄었다. 세금을 거둘 때는 ‘거위털 뽑기’처럼 재건축 주인이 자발적으로 응할 정도만큼 부과하는 게 이성적이다. 그래야 새 집이 생겨나고 주택시장도 안정된다. 현대식 새 집 건설을 도시의 진화로 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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